[내일신문] 하워드 진의 <권력을 이긴 사람들> 미국의 야만성과 약점을 매섭게 파고들다

[책소개]하워드진의 ‘권력을 이긴 사람들’
미국의 야만성과 약점을 매섭게 파고들다
2008-09-05 오후 12:17:1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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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와의 전쟁’은 ‘자유와의 전쟁’이라고 경고

권력을 이긴 사람들
하워드 진 지음 / 문강현준 옮김
난장 / 1만7000원

슈퍼파워 미국에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최근 은퇴한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 평의회 의장 등 손으로 꼽을 정도다.
그런데 미국 안방에서 자기나라에 연일 독설을 퍼붓는 인물들이 몇몇 있다.
그 대표적인 이들은 바로 하워드 진과 노암 촘스키, 마이클 무어다.
보스턴대학 명예교수인 하워드 진은 ‘미국 민중사’, ‘오만한 제국’ 등 40여 권의 저술을 통해 미국의 치부를 신랄하게 파헤쳤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명예교수인 노암 촘스키 역시 ‘정복은 계속된다’, ‘우리가 모르는 미국, 그리고 세계’ 등 40여 권의 저서를 통해 미국의 야만성을 폭로하고 있다. 영화감독인 마이클 무어는 ‘식코’, ‘볼링 포 콜럼바인’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어 미국의 추악함을 고발한다.
하워드 진의 새 책 ‘권력을 이긴 사람들’(도서출판 난장)은 미국에 퍼붓는 또 다른 독설이다.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미국정부에 맞서 싸워 승리한 평범한 민중들의 역사다. 인종차별, 성 편견, 계급불평등, 국가의 오만 등에 맞서 싸운 용감한 사람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이다.
당랑거철(螳螂拒轍). 거대한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그들의 모습은 문자 그대로 수레바퀴에 맞서는 사마귀 꼴이다.
흑백분리 입학 정책의 폐지를 이끌어낸 흑인 소녀 린다 브라운의 아버지 올리버, 몽고메리 버스보이콧의 시발점이 된 로자 파크스, 기업의 이익이 아니라 자유를 보호하겠다며 ‘전쟁에 반대하는 이라크 참전용사들’을 조직한 켈리 도허티, 대인지뢰로 인한 희생자들의 치료와 재활을 돕기 위해 전장을 누비는 이탈리아의 외과의사 지노 스트라다….
거대한 국가권력의 횡포 앞에 빈손의 시민들은 무기력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책은 시민의 불복종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 지를 역설한다.
“군대가 아무리 커도, 국부가 아무리 방대해도. 이미지와 정보를 아무리 통제해도, 정부에는 기본적인 약점이 있다. 정부의 권력은 시민들, 군인들, 공무원들, 언론인들, 작가들, 교사들, 예술가들의 순응에 의해서 유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속았다고 의심하기 시작해 자신들의 지지를 철회할 때 정부는 적법성과 권력을 모두 읽게 된다.”
국민이 국가에 대항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책은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입을 빌려 불의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저항은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국가와 정부는 마땅히 구분해야 한다는 트웨인의 말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트웨인의 소설 ‘아서왕 궁정의 코네티컷 양키’속의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내가 생각하는 충성은 자신의 국가에 대한 충성이지 국가의 제도나 관리에 대한 충성이 아니다.”
국가야 말로 우리가 돌보고 충성해야 할 대상이지만 정부는 그저 의복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닳고 누더기가 된 의복은 벗어 던져 버려야 하는 것일 뿐 누더기에 충성하고, 누더기를 숭배하는 것은 정신 나간 짓이라는 것이다.
하워드 진은 멀리 태평양 너머에서 최근 한국의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책 속에서 다룬 1999년 11월 시애틀 시위사건과 너무 흡사한 상황 전개 때문에 놀라지는 않았을까.
2008년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촛불시위는 섬뜩한 기분이 들 만큼 시애틀 시위를 닮았다. 다만 시애틀 시위대들이 촛불만 들지 않았을 뿐이다.
“우리는 거대기업들이 텔레비전과 라디오방송국, 신문사, 심지어 출판사까지 장악함에 따라 이 나라 내의 정보통제가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보면서 절망해 왔다. 그렇지만 우리는 시애틀에서 수만 명의 남녀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평소의 일상적 흐름을 정지시키고, 형형색색의 깃발과 거대한 꼭두각시와 전염성 강한 열정을 앞세워 행진할 때, 언론기업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미국과 전 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 책의 미덕은 재미있다는 점이다. 자칫 딱딱하고 지루하게 흐를 수 있는 역사 에세이의 단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지배계급들이 애써 감추려는 역사 속의 비화들을 폭로하고 있기 때문이다.
1492년 콜럼버스와 동료 정복자들이 이스파니올라 섬 원주민을 절멸시킨 ‘타이노 학살’, 1906년 어린이와 부녀자들을 포함한 600여 명의 필리핀 이슬람교도를 살해한 ‘모로족 학살’, 1968년 미군 1개 중대가 무장하지도 않은 500여명의 베트남인들을 몰살한 ‘미라이 학살’, 1971년 주 방위군이 수감자 31명과 인질 9명을 사살한 뉴욕 아티카 교도소 학살…. 미국의 야만성과 약점을 매섭게 파고들고, 준열하게 비판하는 대목에선 통쾌함 마저 느껴진다.
책은 미국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젖어있는 미국인들을 흔들어 일깨우기 위한 간절함을 곳곳에 담고 있다.
미국정부가 정의를 앞세워 수행하는 ‘테러와의 전쟁’이 결국은 미국인 스스로를 구속하는 ‘자유와의 전쟁’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테러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일으키는 전쟁 그 자체가 수백 배나 더 거대한 규모의 테러리즘이라고 단언한다.
하워드 진은 민중의 힘을 믿는다. 아무리 권력의 힘이 요지부동으로 보여도 진실을 이길 수 없다는 확신이다.
“한 편에는 가공할 힘들이 버티고 있으니 돈, 정치권력, 주류언론이 그것이다. 우리 쪽에는 세계의 민중들이 있고, 돈과 무기보다 더욱 강력한 힘, 곧 진실이 있다.”
책은 ‘정부는 거짓말한다’라고 단정한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대통령이 이 나라에 비슷한 선언을 해왔고, 어떻게 그것들이 거짓말로 드러났는지를 알고 있다면, 우리는 속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는 우리 모두에게 행동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떨쳐 일어나고, 외치고, 견뎌내고, 조직하고, 결합하고, 저항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그래서 역사의 방향을 바꿔라.”

박상주 칼럼니스트 참미디어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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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장출판사 | 2008/09/10 10:21 | 언론리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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